[현장추적] ‘1점 500원짜리 고스톱’으로 살인까지… 분당 고스톱 살해 70대 목격자 전언 [권혁민 기자] [email protected] 리스트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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등록 2020.09.22 14:42 / 수정 2020.09.22 15:10 60대 피의자 영장실질심사 진행 살해 사건이 일어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에 폴리스라인이 걸려 있다 / 권혁민 기자 “칼 든 사람을 왜 그냥 보낼까요?”
지난 22일 오후 1시쯤 ‘분당 고스톱 살해 사건’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OO동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70대 노인이 취재진에게 건넨 말이다.
고스톱 싸움 끝에 같은 이웃 등 70대 여성 2명을 살해한 일명 분당 고스톱 살해 사건이 발생한 이곳에서 삼삼오 모여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온통 ‘그 사건’뿐이었다.
인적이 드문 조용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취재진이 다가가 사건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묻자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떴다.
그러던 중 자신이 사건 현장에 있었다고 소개한 70대 노인 A씨는 그날 일을 취재진에게 털어놨다.
그는 (경찰이) 칼을 든 사람을 왜 그냥 보냈느냐며 화를 냈다.
그러면서 “내가 그날 현장에 있었다”고 기억을 반복했다.
A 씨에 따르면 19일 저녁 B 씨(76여) 집에서 본인 외에 5명(남자 2명, 여자 3명)이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.
이들은 동네 주민 등 평소 알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.
이들이 이날 친해진 화투는 점당 500원. 평소 업소당 100원에서 이날 피의자 김모 씨(69)의 요구에 따라 500원짜리 고스톱을 친 것으로 A 씨는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.
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. 20만원을 챙긴 여성이 “가족에게서 전화가 왔다”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.
그러자 갑자기 김씨가 현관문을 막고 “현관문을 나서면 다 죽을 것 같다.
돈만 가져가느냐고 흥분한 채 소리쳤다.
이후 분노한 김씨는 본인이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.
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미 깨끗이 정리된 현장에서 입건할 수 있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.
A씨는 “김씨는 돌아가려는 경찰에게도 ‘왜 그냥 가느냐’며 소란을 피웠다”고 말했다.
경찰이 현장을 떠나자 김 씨는 다시 흉기까지 꺼내 내가 칼을 들고 있다.
나를 체포해 가라고 재차 경찰에 신고했다.
경찰은 이날 오후 9시 25분쯤 특수협박 혐의로 김 씨를 현행범 체포했다.
그러나 경찰은 2시간 뒤인 오후 11시 20분쯤 김 씨를 석방했다.
고령자인 점, 혐의를 인정한 점, 신원보증이 된 점 등으로 미뤄 구속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.
경찰에서 풀려나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오후 11시 50분쯤 흉기를 들고 고스톱을 함께 친 B씨 집으로 향했다.
다른 사람들은 모두 집에 갔고 집에 남아 있던 사람은 집주인 B 씨와 그의 친한 동생 C 씨(73여).
CCTV 분석 결과 김씨가 B씨 집에서 나온 시각은 20일 0시 19분. B씨의 집에서는 B씨와 C씨의 시신이 발견됐다.
A 씨는 평소 김 씨는 성격이 포악했다.
34년 전에도 구치소에 다녀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.
B씨가 거주하던 7층은 적막감으로 가득했다.
복도식 아파트 구조로 노란색 폴리스 라인이 사건 현장임을 알렸다.
B 씨 바로 옆에 사는 70대 노인(여)을 복도에서 만났다.
그 노인은 말없이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.
그는 그날(19일) B 씨 집은 낮부터 시끄러웠다고 말했다.
그러면서 예전부터 모여서 지내온 사이로 알고 있다.
현관 앞까지 피가 흘렀다며 말을 아낀 채 집으로 들어갔다.
22일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전날인 21일 살인 혐의로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.
다만 김씨가 B씨와 C씨를 살해한 구체적인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다.
김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22일 오전 열렸다.
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결정될 예정이다.
김 씨는 현재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.
조사 과정에서 김씨는 ‘전과 45범’의 이력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.
20만원의 벌금형을 비롯해 무면허 운전, 사기, 폭력, 상해 등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질러 처벌을 받았다.